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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구원
작가 : 강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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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구원

  • 등록일2024.05.20
  • 조회수1092
1.
 
'서 대리 퇴근 안 해?'
'이것만 마무리하고 들어가겠습니다.'
 
기획 2팀 팀장인 최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마치 퇴근 시간을 알리듯이 금속으로 만들어진 로고 뒤에 들어오던 빛이 꺼졌다. 아림은 불이 꺼진 로고를 천천히 눈으로 훑어 읽었다.
 
금원기업.
 
아림이 5년차 대리로 일하는 금원은 그녀의 아버지 서회장이 대를 이어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었다.
 
'그래, 너무 무리하지 말고.'
', 내일 뵙겠습니다. 팀장님.'
 
주로 금속원료를 기업에 납품하는 식으로 안정적이게 수익을 벌던 서회장은 그것으로는 부족했는지, 최근 창명전자 납품에 난 티오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그게 어김없이 돌아온 퇴근시간에도 아림이 자리에서 미동도 없이 납품 기획서를 작성하는 이유였다.
 
'후우…….'
 
한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창명그룹. 증권부터 전자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회사였다. 그런 창명그룹에 납품하게 되면 안정성과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따내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니 서회장이 이번 티오에 욕심을 낼 만했다.
 
서회장의 명령으로 창립 이래 최초로 기획 1팀과 2팀이 협업했지만 아직 그럴듯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다. 초조했던 아림과는 다르게 1팀은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듯 건성건성 일했기 때문이었다.
 
아림이 초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목을 죄듯 조여오는 정략결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창명전자와의 사업을 따내면, 그 순간부터 큰 공을 세우는 것이었다. 아림은 그 정도 공이면 정도면 원하지 않는 결혼 정도는 거부해도 되리라 생각했다.
 
'으으…….'
 
아림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한번 쭉 폈다. 야근에 시달린 아림의 몸이 이제 한계라고 울부짖고 있었지만, 몸의 주인은 그 울음을 무시한 채 카페인을 찾아 탕비실로 향했다.
 
탕비실 문을 열고 들어온 아림이 커피머신 밑에 컵을 대고 작동 버튼을 눌렀다. 기계에선 위잉하고 소리를 내며 컵에 고소한 향을 풍기는 커피를 가득 채웠다.
 
아림은 피로로 찌든 자기 몸을 깨워줄 각성제를 들고 다시 기획 2팀 실로 복귀했다. 아림이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때 뜻밖의 인물이 아림의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수진아.'
 
금원기업 기획 1팀 팀장이자 새어머니 이미경의 딸, 이복자매 서수진이었다. 수진은 아림을 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노트북 화면을 보며 비웃었다.
 
'지금 이런 걸 기획안이라고 만들고 있는 거야?'
 
수진은 한 손엔 테이크아웃 커피를 든채 잘록한 허리를 숙여 아림이 작성한 기획안을 슥 훑어보았다. 수진의 손에 들린 커피가 금방이라도 노트북에 쏟아질것처럼 아슬아슬했다.
 
'수진아 그건-.“
'야근까지 하고, 꼴에 직장인이라는 거지?'
 
아림의 말을 싹둑 자른 수진은 제 손에 든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아림은 혹여 수진이 제 노트북에 저 액체를 부어버릴까 초조한